[204호] 짧고 가볍게 즐기는 시대, 스낵 컬처가 바꾼 문화 소비

출처: 아트 인사이트

한 입 콘텐츠의 일상화

우리의 문화 소비 방식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학교 등하굣길, 회사 출퇴근길, 식사 중, 잠들기 전까지. 짧은 자투리 시간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우리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 이러한 소비 흐름을 일컬어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고 부른다. 과자처럼 짧고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 즉 ‘한 입 거리’ 문화이다.

특히 웹툰, 웹소설, 숏폼 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짧고 강력한 소비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제는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연이어 제작되며, 이러한 ‘한 입 콘텐츠’가 기존 영상 콘텐츠 시장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조 3,500억 원으로, 2022년 1조 390억 원에서 약 3,110억 원 증가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10~69세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 연령층에서 웹툰·만화에 대한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짧고 가벼운 ‘한 입 콘텐츠’는 생활 속 깊이 침투한 일상적 문화가 되었다.

스낵 컬처가 남긴 그림자

가볍고 빠른 소비 방식에는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집중력 저하와 깊이 있는 사고의 약화다. 짧고 단순한 구조의 콘텐츠에 익숙해질수록 긴 글이나 복합적인 이야기 구조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내용의 선정성과 과장 표현의 확산도 우려를 낳는다. 사용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설정이나 제목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왜곡된 정보나 비현실적인 가치관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년 웹소설 분야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서도 ‘자극적인 주제의 웹소설 창작물 증가’가 창작물 질적 수준 저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상업적 구조의 문제도 있다. 웹툰·웹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한 ‘회차 쪼개기’는 서사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다음 회차 열람을 위한 결제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낳는다.

뿐만 아니라, 스낵 컬처 콘텐츠의 불법 유통 문제도 심각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호준 법무실장은 웹툰이 대표적인 스낵 컬처임을 언급하며, 웹툰 플랫폼에 업로드된 콘텐츠가 불과 30분 만에 불법 유통 사이트에 퍼져나간다고 언급했다. 이는 업계의 경제적 손실과 창작자의 동기를 꺾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스낵 컬처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콘텐츠의 환경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스낵 컬처 시대의 건강한 콘텐츠 소비

그렇다면 우리는 이 스낵 컬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핵심은 ‘선택’과 ‘균형’에 있다.

우선, 사용자는 능동적인 선택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때로는 웹툰 대신 책 한 권을 펼치고 몰입감 있는 서사를 경험하거나, 긴 영화 한 편을 감상하며 ‘느린 콘텐츠’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소비 방식을 넘어서, 집중력을 기르고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불법 복제 콘텐츠에 대한 경각심도 중요하다. 빠르게 소비되는 문화일수록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흐려질 수 있지만, 콘텐츠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창작자의 노력과 시간이 담겨 있다. 정당한 경로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건강한 창작 환경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태도다.

결국 스낵 컬처는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핵심이다. 짧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속에서도 깊이와 가치를 찾으려는 태도, 그것이 오늘날 콘텐츠 소비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세일 것이다.

김채현 수습기자 kchchbb@naver.com

[참고]
https://welcon.kocca.kr/ko/info/trend/1954561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416_0003141157
https://www.kpipa.or.kr/p/g3_1/117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619003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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