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호] 산업 현장과 교육 현장을 잇는 김초롱 동문 이야기

이번 204호 ‘서간 人’ 코너에서는 서울여자간호대학교의 자랑스러운 동문, 2018년 졸업생 김초롱 동문을 만나본다. 김초롱 동문은 졸업 후 노원을지병원 수술실에서 첫 임상 경험을 쌓았으며, 이후 고려개발 건설사에서 산업 현장 간호사로, 이어 C사 물류 센터에서 산업보건 분야를 넓혀왔다. 꾸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가톨릭대학교에서 보건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으며, 같은 해 산업전문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초롱 동문

보건관리자는 회사의 사업장 내 유해 요인을 찾아 개선하고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안전보건 교육, 작업환경 측정,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건강검진 관리, 화학물질 관리 등이 법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사업장은 보건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며, 보통 안전보건팀에서 안전관리자와 함께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간호대 입학 전, 간호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를 정리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간호사가 보건관리자 선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입학을 했습니다. 암기 위주의 공부는 제 적성과 맞지 않았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 배우는 공부가 더 잘 맞았습니다. 마침 제가 졸업한 해에 건설사에서 보건관리자 선임이 의무화되었고, 수술실 간호사로 근무 중 이 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산업보건은 회사 규모와 형태에 따라 다양합니다. 규모가 큰 회사는 사내 부속 의원을 운영하여 의사를 보건관리자로 선임하기도 하고, 일부는 병원에 위탁하거나 보건관리자로 간호사를 채용해 3교대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소규모 사업장은 보건대행업체를 통해 근로자 건강관리나 작업환경 관리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특수건강검진 제도가 시행되면서 직업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수요도 크게 늘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단순히 건강검진 관리에만 머물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보건 업무뿐만 아니라 안전 업무까지 함께 다루며 ‘안전보건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ESG 전문가로 발전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 모교에서 산업 간호사를 양성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보건관리자 선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교육 현장도 법과 제도 변화에 맞춰 학생들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의를 하면서 제 경험을 나누고 학생들과 공감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암기식 공부에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제가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또한 그 자리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괴로워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현재 성적표에 매겨지는 등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좀 더 사회에서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정보도 많이 찾아보시고, 나의 적성에 맞는 미래를 꿈꿔보시면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암기 위주의 공부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저는 참여형 수업을 선호합니다. 학생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할 때 학습 효과가 더 큽니다. 또한 AI 시대에 맞춰 동영상 편집, 홍보물 제작 등 실무적인 활동을 통해 정보 전달 능력과 설득력을 키우는 경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주체적인 자세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그런 자세로 간호사 업무를 했으면 합니다. 처음 간호사 업무를 시작하면 매뉴얼대로 업무를 하는 것에 집중하겠지만, 그 단계가 지나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할 줄 아는 전문가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학생 시절의 간호는 정해진 매뉴얼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틀에 박힌’ 지식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식이 고정되어야 하고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지식이라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떠나 간호사가 병원 속에서만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린 후 바라본 간호는 나이팅게일이 말한 전인 간호를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장소에서 행해질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환경을 통제하고, 유해 요인을 관리하며, 대상자를 지지하는 역할은 간호사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호사 면허는 굉장한 가치가 있는 면허입니다. 간호의 영역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고, 사회 전반에서 필요한 간호를 찾아 나서길 바랍니다.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환경, 법, 제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간호학 교육은 단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해야 합니다. 환경, 법,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며 학생 스스로도 찾아 공부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교육 환경 속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진 간호 전문가들의 탄생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간호의 역할 또한 그에 맞는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합니다.

1,000시간이 넘는 실습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훗날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줄 소중한 경험입니다. 또한 지금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늘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길 바랍니다. 학교에서 알려주는 간호 지식에 변모하는 자본주의에 따른 변화와 산업군의 변화는 우리의 앞으로의 미래를 변하게 할 것입니다. 그에 맞춰 함께 변화할 수 있게 안목과 힘을 기르세요. 그렇게 졸업하셔서 그 무기를 가지고 내가 가진 역량에 맞는 간호를 장소에 구애 없이 수행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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