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6호에는 자랑스러운 서울여자간호대학교 김다예 동문(20학번)을 소개하는 ‘서간 人’코너를 연재했다. 김다예 동문은 졸업 후 상급 종합병원 심혈관계집중치료실(Cardiovascular 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에서 1년간 근무했고, 이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형외과 Trauma팀에서 병동, 수술실, 외래 PA로 근무하며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환자실은 간호부 소속이었습니다. 근무 스케줄과 전체 회의, 간호사를 위한 임상 교육은 모두 간호부 체계에 맞춰 이루어졌습니다. 근무 환경의 경계는 ‘중환자실’로 제한돼 있었으며, 해당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주요 업무는 물품 카운트, 액팅, 바이탈 모니터링이었으며, 교수 및 PA에게 선노티 후 컨펌을 받은 뒤 처치를 시행했습니다. 환자 상태 변화에 따른 치료적 의견을 제안할 수는 있었지만, 진료부의 최종 승인 이후에야 액팅이 이루어졌습니다. 24시간 환자 곁에서 가장 가까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진료부에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이 중심이 되는 부서였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정형외과 트라우마팀 PA는 진료부 소속입니다. 학회와 교육, 회식 역시 진료부 팀 단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근무 환경의 경계는 병원 전체로 확장됐습니다. 정형외과 병동과 타과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검사실, 스포츠의학실, 외래, 진료지원 협력팀 등 다양한 부서를 오가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회진 전 환자 파악과 회진 동행, 처방 입력, 병동에서 전달되는 노티 사항 해결, 타과 컨설트 협진 회신 작성, 수술 전 준비, 타과 CO-OP 수술 일정 조율, 수술 후 관리, 동의서 설명, 이상 소견이 있는 검사 수치 문제 해결, 응급실 환자 cast 및 splint 적용, 주 1~2회 외래 참여 및 기록지 작성과 드레싱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환자실 근무 당시와 달리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회진에서 결정된 치료 계획이 적절히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근무 중 틈틈이 오후 회진을 돌며 환자 상태를 재확인하고 요청 사항을 즉각 해결하고 있습니다.
멀티플레이어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환자실 근무 당시에는 멀리서 울리는 수액 펌프와 CRRT 알람 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했고, 기도삽관 후 자가 발관을 시도하는 환자에게 신속히 달려가 제지해야 했습니다. 신체 보호대로 사지가 고정된 환자가 손가락으로 침상을 긁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무엇이 불편한지 파악해야 했습니다. 기도삽관으로 의사 표현이 어려운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펜과 종이를 건네고, 필요 시 보호대를 잠시 풀어 글자를 적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청각은 더욱 예민해졌고, 시야는 넓어졌으며, 관찰력 또한 크게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현재 PA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쏟아지는 오더를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하고, 여러 상황을 병행하여 해결하는 데 중환자실에서 길러진 멀티플레이어 역량이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9년 이상 러닝과 헬스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힘든 상황에 놓인 환자를 돌보기 위해 스스로의 정신과 내면이 단단해야 하는 직군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문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을 지나고 있는 환자 곁을 오래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더욱 강하게 단련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운동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태백산을 3시간, 한라산을 4시간 만에 완등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했습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오후 2시에 출근해 새벽 2시에 퇴근하는 날이 반복됐고,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계속 서서 근무하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식사를 거르며 일하는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 역시 충격이었습니다. 앉을 틈 없이 뛰어다니는 근무 환경이 이어졌습니다.
9년간 러닝을 이어오며 하프마라톤을 1시간 30분에 완주했던 체력임에도 불구하고, 그 환경은 버거웠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맡은 업무를 해내기 위해 버텼습니다. 돌이켜보면 신규 간호사에게는 벅찼던 업무 구조였던 것 같습니다.
담당 환자를 챙기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환자 배치 동선 또한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격리실 환자와 중환자실 초입에 위치한 환자를 동시에 배정받는 날에는 두 환자를 균형 있게 파악하기 어려웠고, 그 와중에 추가 입실 환자까지 받게 되면 한 환자에게 충분한 집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자책으로 남아 있습니다.
‘집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고통스럽지 않도록 두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념, 스스로 더 강하고 단단해지기 위해 실천해 온 자기관리의 집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믿음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놓지 않으려는 집념이 저를 버티게 했습니다. 신규 간호사로서 선임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더 공부하고 더 준비하려 했던 시간들, 응급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침착함과 차분함을 유지하려 애썼던 순간들, 거센 질책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던 경험들 역시 모두 집념의 시간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를 돌보고,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으려 했던 노력 또한 그 연장선이었습니다. 이러한 집념들이 하나씩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집념이 완성되는 순간, 의료진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환자의 속마음까지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명간다운 명간’의 모습이며, 액자 속에 걸린 면허증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판단력입니다. 병동, 수술실, 외래 일정을 모두 소화해야하는 PA 직군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는 근무 속에서 가장 중요한 컨설트 및 회송서 작성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고, 퇴원 환자 드레싱 F/U 및 LAB 교정을 챙기는 것을 우선 순위로 두는 습관이 돼야 합니다. 글로 읽기엔 간단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교수님과의 회진이 끝나는 순간부터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병동-수술실-외래 일정 사이 틈틈이 해결해나가려면 우선적으로 끝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세워야 합니다.
교수님이 개인 일정으로 병원을 비우시거나, 당직 레지던트가 정해진 시간에 퇴근해야 하는 상황, 혹은 레지던트의 휴가 기간에는 환자 상태에 대한 노티를 제가 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두 어깨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전공의 공백이 있었던 시기에는 레지던트의 업무를 혼자 감당해야 했고, 때로는 교수님과 저 둘만 한 팀이 되어 진료부 업무를 운영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디까지 판단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스스로 가늠해야 하는 순간들이 가장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책임의 무게를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몇 가지 원칙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먼저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먼저 찾고, 실수하거나 놓친 부분이 있다면 다음 기회에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자세로 복기하며, 전공 분야와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를 틈틈이 이어갑니다. 부정적이거나 억울한 피드백을 받더라도 그날과 그 주간까지만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려고 노력합니다.
임상 경험이 없는 초짜 PA를 채용하는 병원이 많다 보니 간혹 저에게 “임상 경험이 없는데, 처음부터 PA 직군으로 들어가도 괜찮나요?”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병동 혹은 중환자실에서 1-2년의 근무를 한 뒤에 PA 직군으로 넘어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환자를 사정하는 법, 진료부에 노티하는 법, VITAL에 대한 이해도, LAB 수치에 따른 교정 값에 대한 이해도 등 임상에서 액팅을 뛰면서 기본적인 임상 해결력을 이해하고 키운 후 PA 직군으로 넘어온다면 환자 상태에 대한 결과론적인 판단과 결단을 내리기 쉽고 포지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는 소통력입니다. 여러 과의 레지던트와 교수님, 병동 간호사, 수간호사, 보호자와 간병인, 이송요원, 수술실 간호사, 검사실 및 사회사업팀을 포함한 행정팀 등 다양한 부서와 원활히 소통해야 근무가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정중하고 예의 있는 태도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술실에서 필드 어시스턴트로 투입되는 경우에는 병동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퇴원 환자 드레싱이나 응급 처방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다른 PA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이때도 결국 관계를 기반으로 한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또한 병원 인근 지역 특성상 중국계 환자들이 입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어에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번역기를 활용하거나, 중국어가 가능한 연수생에게 정중히 통역을 요청하여 환자의 불편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동에서는 교수나 레지던트가 자리를 비운 사이 PA에게 수술 일정, 수술 부위, 퇴원 계획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레싱을 진행하면서 환자 및 보호자와 치료 과정과 의학적 지식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며 라포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회진이나 외래 근무 시 교수의 설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필사력’은 업무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외래 근무 시 경과지를 작성하면서도 환자와 보호자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 잦습니다. 사전에 기록해 둔 메모를 바탕으로 수술 후 X-ray 경과, 재활 속도, 수술 원리, 통증과 부종에 따른 냉·온찜질 여부 등에 대해 설명하며 환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술실에서는 마취과 의료진이나 스크럽 간호사가 환자의 포지셔닝, 예상 수술 시간, 수술 부위 순서, 추가 라인 삽입 여부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수술 전 준비가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한국 PA 직군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규직의 형태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쉽게 대체되거나 이동되는 ‘임시직적 성향’이 짙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첫째, 전공의 공백 시기에는 PA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정원이 급격히 확대되었고, 병동에서 업무 역량이 있다는 이유로 간호사를 PA로 강제 로테이션시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둘째, 전공의가 복귀한 이후에는 반대로 PA 간호사를 다시 병동으로 재배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셋째, PA 직군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카데바 수업이나 학회 등에 동행할 기회는 있으나,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PA 맞춤형 실무 교육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입니다. 직무 특성에 맞춘 표준화된 교육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PA 간호사들만의 커뮤니티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양한 직군과 직렬의 업무가 PA를 거쳐 조율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서로의 경험과 고충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회에 동행할 때마다 PA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만, 건설적인 방향보다는 소모적인 논쟁에 그치는 경우를 보며 아쉬움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PA 직군이 의료 현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성에 걸맞은 제도적 기반과 지원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위한 헌신과 집념으로 임상의 길을 걸어온 김다예 동문이 앞으로 그려갈 PA 간호사의 길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