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호] 삶의 마지막을 지키는 간호, 한형숙 동문이 보여준 진짜 돌봄

203호에서는 자랑스러운 서울여자간호대학교 총동문회장 ‘한형숙 동문’을 소개하려 한다. 한형숙 동문(87학번)은 졸업 후 1990년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사하여 현재 완화의료 임상윤리센터 호스피스 전문간호사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임상보건대학원에서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과정을 이수하며 석사 학위 취득 후,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상태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복지시설경영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특히 한형숙 총동문회장은 서울여자간호대학교의 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3,000만 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모교와 후배를 위하는 마음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좀 더 좋은 간호사가 되고자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석사과정 선택 이유는 간호사로서 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환자나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제간 협업을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서 간호사의 역할을 확립하고, 간호중재 개발을 위해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박사과정을 지원했습니다.

임상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단순한 의료적 처치보다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지켜드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말기 암 환자나 노인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고립, 가족 돌봄의 한계, 사회적 단절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간호사로서 환자의 신체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삶의 마지막 여정이 외롭지 않도록 지역사회 복지 자원과의 연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의료와 복지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복지시설 경영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실제로 제도와 시스템이 환자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학문적으로도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병동에서 근무한 경험은 간호사로서 제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응급실, 내과, 비뇨기과, 외래 주사치료실 등 각 부서는 환자군과 업무 흐름, 요구되는 간호 역량이 확연히 달랐고, 이를 몸소 체험하면서 부서별 전문성과 유연성의 중요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신속한 판단력과 우선순위 결정 능력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한순간의 판단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에,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합니다.

내과 병동에서는 관찰력과 지속적인 돌봄 능력이 요구됩니다. 만성질환 환자나 고령 환자들이 많기에, 환자의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치료 경과를 면밀히 추적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질병 관리에 대한 교육적 접근도 빈번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비뇨기과 병동에서는 프라이버시 존중과 섬세한 배려가 중심이 되는 간호가 필요했습니다. 배뇨 기능과 관련된 처치가 많은 만큼, 환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지지와 신뢰 형성 능력이 매우 중요했고, 수술 전후 관리와 감염 예방을 위한 세심한 간호기술도 요구됩니다.

외래 주사치료실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투약과 처치를 해야 하므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시간 관리, 그리고 빠른 업무처리 능력이 중요합니다. 투약 교육, 스케줄 조정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협업과 동시다발적인 업무 처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각 부서의 특성에 따라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다양한 경험은 곧 환자 중심 간호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병동마다 업무의 특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이해를 하고 해당 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응급실이 말 그대로 응급한 상태이므로 빠른 상황 판단을 해서 우선 순위를 정하고 빠른 대처를 해야 해서 긴장된 상태였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환자나 가족들이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이에 대한 지지도 함께하는 의사소통도 해야 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힘들 때 돕는다는 것이 기쁜데, 이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는 제 가치와 맞았습니다. 병원이라는 곳은 사람들이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서 절박함과 인간의 한계 상황을 느끼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체적,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삶을 보다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전문지식을 갖고 돕고자 하여 완화의료 임상윤리센터를 선택하여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완화의료팀은 자문형 호스피스를 제공하고, 임상윤리팀은 의료 상황에서 발생하는 의료적 딜레마 상담을 주로 하고 있는데 저는 완화의료팀에서 근무 중입니다.

자문형 호스피스란 일반 병동과 외래,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는 말기 암 환자와 COPD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호스피스팀이 진료과 담당 의사와 함께 전문 완화의료 서비스 및 호스피스 돌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환자, 가족들의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고통을 완화하여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합니다.

말기나 임종기를 앞둔 환자들을 돌보며, 간호는 치료를 넘어서 존엄한 동행이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단순한 손 잡음과 침묵 속의 공감이 큰 위로가 된다는 경험은, 돌봄의 본질에 대한 저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생명과 죽음을 더 겸손히 바라보게 되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는 제 간호 실무의 방향과 태도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가치와 선호도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실무 현장에서 완화의료를 제공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전반에 아직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과 제도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첫째, 말기 환자가 적절한 시점에 완화의료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 의뢰 및 연계 체계가 미흡합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치료가 지속되거나 환자와 보호자가 고통 속에 남겨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둘째, 완화의료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로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가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제도적 기준과 선별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건강보험 수가 체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완화의료팀 운영이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완화의료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기회도 매우 한정적입니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등 다학제 팀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 및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병원 내에서의 완화의료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계 시스템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퇴원 후 환자와 가족이 지역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으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아직은 부족합니다.

수십 년간 임상 현장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며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의료 기술의 발전과 간호의 전문성 확대입니다. 특히 전산화 시스템의 도입, 고성능 의료장비 사용, AI 기반 간호 지원 기술 등의 발전은 진단과 치료의 정확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간호업무의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간호사의 역할을 돌봄자에서 전문적 판단과 임상적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주체로 확장시켰습니다. 또한 환자 중심의 돌봄, 윤리적 판단, 통합 돌봄(coordinated care) 등 비기술적인 역량의 중요성도 부각되면서, 간호사는 이제 단순한 기술 숙련자나 지시 이행자가 아닌, 다학제 팀의 핵심 구성원이자 돌봄의 조정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간호사는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전문 직업인이라는 인식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와의 갈등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환자 만족도와 치료 신뢰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환자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그들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입니다.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그렇게 느끼실 수 있겠네요.”와 같은 말로 환자의 감정을 수용하는 것이 신뢰 형성의 첫걸음이 됩니다.

환자의 감정을 공감한 뒤에는,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제공해야 합니다. 불만이나 오해가 있는 경우,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오해를 줄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개인적인 문제 때문인지 시스템적인 문제인지 분별하는 것입니다.

또한,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와 같은 접근은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보다 인간 중심적인 간호를 실현하는 기반이 됩니다. 간호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의 건강 회복, 질병 예방, 고통 경감,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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