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호에는 자랑스러운 서울여자간호대학교 동문을 소개하는 ‘서간 人’ 코너를 연재했다. 이현정 동문(18년 졸업)은 졸업 후 아산병원에 입사하여 혈액종양내과 간호사로 재직 중이다.
일반적인 내과는 크게 항암을 다루지 않아요. (일부는 다루는 걸로 알고 있긴 함) 예를 들어 호흡기 내과는 주로 폐 관련 질환 환자들이 입원하며, 항암보다는 질환 자체의 관리와 치료에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혈액종양내과는 암 환자를 주로 다루며, 항암 치료가 주요 업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환자들도 대부분 면역력이 낮지만, 혈액 질환 환자들은 특히 심해요.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의 감염 예방 간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혈액종양내과에서 환자를 케어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이곳은 주로 백혈병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하는 병동이에요. 환자들에게 항암 화학요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 항암 약물의 투약 프로토콜, 약물의 부작용, 그리고 약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혈액종양내과 환자들은 혈액 세포를 생성하는 골수와 림프계의 기능이 암으로 인해 많이 저하된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백혈구 수치, 특히 호중구 수치가 낮아지면서 감염에 매우 취약해지죠. 그래서 감염 예방 조치가 매우 중요하며, 환자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악화되면 즉시 주치의에게 보고할 수 있는 신속한 상황 판단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판단 능력은 실무 경험과 더불어 이론적인 지식이 함께 쌓일 때 더욱 정확해져요.
또한,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 경우, 부정맥과 세균성, 진균성 폐렴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이론적 지식도 필수적이에요. 실무에서의 경험이 중요하지만, 이론적 기초가 없다면 환자의 상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혈액종양내과에서 간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생각해요. 특히 백혈병의 경우 단순히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아형이 존재하고, 각각의 아형에 따라 치료 방법과 약물 사용이 모두 달라요. 그래서 간호사는 이러한 질환의 세부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간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해요.
저는 부서 이동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마치 신규 간호사처럼 다시 배우고 적응해야 했어요. 적응하기 위해 원내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이러한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또한 요즘은 ‘프셉마음’ 같은 참고서를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이 제공되고 있어요. 이 책은 약물, 중환자 관리, 투석, 혈액종양 질환, 기본 간호 등 과별로 세분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 혈액종양내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해요. 저는 헬퍼로 일하기 전에 이 책을 미리 구매해 읽으면서 질환과 치료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 일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저의 간호관과 같은 가치적인 측면이에요. 간호사를 처음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간호학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도 제가 배운 지식을 활용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처럼 제 간호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저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어요.
또 하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에요. 업무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제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간호사로 근무하며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은 코로나 격리 병동에서 일할 때였어요. 이전에는 주로 암 환자의 진단 및 시술을 담당하는 단기 병동에서 일했지만, 코로나 격리 병동으로 옮기면서 다양한 질환의 코로나 확진 환자들을 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두려웠어요. “내가 계속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막했죠. 중간에는 임상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가고 싶어서 길을 찾으려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나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이 경험이 저에게 많은 성장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코로나 격리 병동에서는 제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환자들을 매일같이 만나야 했기 때문에, 각 환자가 가진 질환을 공부하고, 응급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어요. 예를 들어,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를 돌보게 되면 부정맥의 다양한 유형을 공부하고, 약제와 치료 방법,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까지 익혔죠.
또한, 당시 병원은 새로운 신종 감염병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환자 이송이나 감염 관리 규정 등이 계속해서 변했어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며 감염 관리와 행정적인 부분까지 숙지하면서 병원의 구성원으로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깊어졌다고 느꼈어요. 신규 시절에는 그저 환자 한 명만 돌보면 되는 수준이었다면, 상황 변화에 맞춰 제 능력과 역할도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코로나 격리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저는 담당 간호사뿐만 아니라 데스크에서 환자 관리 및 업무 조율을 담당하는 차지널스 역할까지 맡게 되었어요. 이를 통해 병원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졌고, 간호사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혈액종양내과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는 오랜 기간 돌본 환자가 재발을 반복하다가 결국 임종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때예요. 이 일은 간호사인 저에게도 무뎌지지 않는 경험으로 다가와요. 간호사도 사람이고, 정서적으로 교류했던 환자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거든요.
처음 간호학과에 들어왔을 때는, 환자를 돕는다는 것이 단순히 그들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나 일을 하면서, 말기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도록 돕는 것 또한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간호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러한 생각이 힘든 순간을 버티는 데 큰 힘이 되어줘요.
특히 임종 환자를 돌볼 때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정서적인 지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요. 가족에게 “지금 의식은 흐려져 가지만, 여전히 보호자님 말씀을 들을 수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와 같은 조언을 건네면서, 가족이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 순간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혈액종양내과에서 근무하려는 예비 간호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조언은 ‘지속적인 학습’의 자세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어떤 간호를 하든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특히 항암 화학 요법 분야에서는 최신 약물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해요.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죠.
저는 오늘도 원내 소모임을 통해 스터디를 진행하며 전문 강사분들의 강의를 들었어요. 이러한 소규모 강의에서는 최신 경구 항암제나 신약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어요. 신약이 개발될 때마다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이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의학 용어나 진료과 관련 영어 표현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해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관련 용어들을 익히다 보면 의학 자료를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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