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95호에서는 자랑스러운 서울여자간호대학교 동문을 소개하는 ‘서간人’ 코너를 기획 연재했다. 김귀례 동문(04년 졸업)은 정신전문간호사이며 정신건강전문요원 1급, 현재 파란 마음 정신재활시설에 재직중이다.
정신 전문 병원에서 정신 간호사로 근무하던 3년 차쯤에, 정신전문요원(정신건강간호사) 과정을 1년 동안 수련하고 정신 건강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정신 건강 간호사가 된 후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간호의 변화가 있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근거 기반의 간호를 실천해 얻은 결과였습니다. 임상 간호 현장에서 근거 기반의 기틀을 다져 간호의 질을 향상하고 효과적인 간호 성취를 이루기 위해 정신 전문 간호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정신 간호 업무는 정신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지역사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있어 각각의 영역은 업무에 차이가 있습니다. 공통적인 주요 업무는 정신상태 사정 및 증상·약물 관리를 위한 정신건강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통한 자살간호,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 활동 계획 및 연계사업, 가족 상담, 예방 활동 등입니다.
정신 전문 간호사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전문 간호사 제도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문 간호사 제도는 전문 간호사 업무 범위와 역할에 관한 규정 미비, 전문 간호행위에 대한 건강보험수가 부재, 일반 간호사와의 역할 구분 문제와 같은 법적 한계가 있어 적극적이고 폭넓은 활동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간호법 제정을 시발점으로 함께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정신 전문 간호사는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석사학위 이상의 전문교육 과정을 마칩니다. 전문교육 과정은 숙련된 지식을 기반으로 간호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며 복합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확장된 실무를 가능하게 하고 임상에서의 연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점이 장점입니다.
정신건강전문요원과 정신 전문 간호사의 차이는 현재 전문간호사 제도에 대한 법적, 제도적 한계로 인해 정신 전문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지 못해 명확한 구분이 어렵습니다.
정신 전문 간호사는 전문 간호 분야의 전문교육 과정을 통해 특수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후 법적으로 인정받는 상급 실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입니다.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의 간호 실무 3년 이상의 경력자로서 대학원 (전문간호사과정) 또는 그 수준에 준한 전문 간호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전문 간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정신 전문 간호사입니다.
정신건강 전문요원 중 정신 건강 간호사는 면허 취득 후 수련기관에서 1년간 수련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자격증을 받게 됩니다.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정신건강 전문요원으로 2급 자격입니다. 1급 자격 취득은 우선 2급 자격 취득 후 정신 의료(보건)시설 또는 보건소에서 5년 이상 근무 경력을 갖춘 경우 가능합니다.
다른 과와 마찬가지로 정신 간호 업무에서도 임상경험과 교육을 통해 숙련된 기술과 실무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 간호사로서의 추가적인 주요 능력은 ‘사람 돌봄’의 치료적 행위를 실천하기 위한 ‘자기 이해’라 생각합니다. 자기 이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양한 성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인데, 이러한 자기 이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 정신 전문간호사로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입소 대상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훈련 중에 겪었습니다. 재활훈련은 ‘치료자’ 중심이 아닌 ‘대상자’ 중심으로 해야 함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향한 저의 열정이 환자를 회복하게 할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치료자의 한계와 역할을 인지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치료자의 역할과 한계를 인지하고, 대상자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했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지금도 간혹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처럼 소진되지 않고 꾸준한 자기 성찰을 통해 재활 활동 동료이자 치료자의 역할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년 전 기관으로 입소한 여성 대상자와 그 가족이 기억납니다. 대상자는 10대 후반에 조현병 증상이 시작됐으나 치료받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결혼한 후 두 자녀를 출산했습니다. 남편의 사망 후 초등학교 저학년인 두 자녀를 혼자 양육하게 됐고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병 증상은 심화됐습니다. 기본적인 식사도 챙겨줄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결국 자녀들을 아동 시설로 보내게 됐습니다. 입소기간에 성인으로 성장한 둘째 자녀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대상자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첫째 자녀는 정신질환을 진단받고 재발을 반복하고 있었으며 대상자는 형제자매와 관계가 소원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대상자의 가족 역할을 일부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전에는 대상자에게 혼주와 어머니의 역할을 교육했고 결혼식 당일에는 대상자를 결혼식장으로 모시고 가 메이크업 준비부터 기타 손님맞이까지 온종일 함께 지내며 결혼식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결혼식 동안 저를 의지하는 대상자와 자녀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역사회 정신 간호사의 역할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입니다. 어떤 이들은 굳이 가족의 역할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간호 학생 여러분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간호사의 역할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여러분들에게 질문하고 싶고 이런 고민도 한 번쯤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신 전문 간호사 또는 정신건강 간호사는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저는 실습을 통해 정신간호사의 길을 결정하게 됐으며, 정신 전문 병원에서 실무를 익히면서 보다 전문적 지식을 통해 근거 기반의 간호를 하고 싶은 욕구로 정신건강 간호사를 거쳐 정신 전문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간호학과를 선택하고 대학 생활을 보내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현재는 학업에 성실히, 충실히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이유이든 정신 간호사를 꿈꾸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현장에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것입니다. 저에게 연락하셔도 됩니다. 언제나 환영입니다. 만약 저에게 바로 연락하기 어렵다면 정신과 교수님을 찾아가 보세요. 정신과 교수님 또한 여러분의 지지자 중 한 사람이니까요.
김현주 기자 okiazy75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