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호]배려를 악용하는 사설 구급차,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배려를 악용하는 사설 구급차,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결국 위협받는 건 시민, 특히 환자들
처벌 강화 및 제도 개선 필요

구급차란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긴급자동차로, 앰뷸런스 또는 응급차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구급차’라 하면 119 안전신고센터(소방서)에서 운영하는 119구급차를 떠올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설 구급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119구급차는 국가가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어 관할구역 내에서는 이송 거리와 관계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사설 구급차는 전국 어디든 본인이 지정하는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지만 이송 거리에 따라 기본요금 및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사설 구급차는 119구급차에 비해 비교적 응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 각종 행사장에서 위급상황을 대비하는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 가수 김태우가 행사장에 빨리 가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타고 이동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과거부터 사적인 목적으로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 번 문제가 제기됐지만 여전히 일부 사설 구급차 업체들은 ‘환자인 척 연기만 해 달라’, ‘이송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용은 현금으로 내야 한다’라며 불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사설 구급차 운영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환자를 태우지 않은 채 사이렌을 켜고 운전하며 교통법규를 위반하는가 하면 불법으로 가지고 들어온 차를 구급차로 사용하거나, 이송 처치료 외 별도 비용 청구 등 가격을 덤핑하는 문제도 있다. 운행 건수를 늘리기 위해 무리한 과속 운행을 하거나 심지어는 무면허 운전, 음주 운전도 서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사설 구급차의 응급의료법 위반 사례는 5년간 135건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만연한 응급의료법 위반 사례들은 곧 사설 구급차에 대한 신뢰도 및 이미지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설 구급차에 대한 신뢰도는 55.3%로 71.6%를 기록한 119구급차에 비해 16.3% 낮은 수치이다. 사설 구급차는 119구급차를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구급차에 대한 불신은 구급차에 진로를 양보하지 않거나 통행 방해 등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져 이송 중인 위급한 환자의 생명이 위협될 수 있다.

응급의료법 위반 처벌 및 구급차 운전자의 자격 요건과 업체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이를 위해 ‘민간 구급차 제도개선 협의체’를 꾸려 관련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만큼 앞으로는 사설 구급차가 양심에 따라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백송이 수습기자 zzxg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