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발견한 86만 개 신약 후보, 항생제 위기 돌파구 될까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가 급속히 확산 중이다. ‘기후변화와 항생제 오남용, 인구 고령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2050년에는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암으로 인한 사망자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는 약 500만 명이며 이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생제 사용이 급증하면서 특정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항생제 사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매우 시급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항생제 무기고가 고갈되고 있다’고 표현하며,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항생제가 없던 시절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라며 경고했다.
한편,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항생제 개발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항생제는 균을 죽이면서도 내성이 잘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특성을 만족시키는 신약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AI를 이용하면 초기 단계에서 더 유망한 후보물질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어, 시간을 단축하며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2023년에는 호주의 루이스 페드로 코엘료 교수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AI를 활용해 86만 개에 달하는 잠재적 항생제 후보 물질을 발굴해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연 속 미생물에서 항균물질을 추출하고, AI를 통해 실제 항균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선별했다. 이 중 상당수가 항생제 내성균에 효과를 보였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2’도 항생제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항생제 연구개발 파트너십(GARDP)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및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CL)이 주도하는 ‘플레밍 이니셔티브도 딥마인드(Fleming Initiative)’와 협력해 항생제 내성 대응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슈퍼박테리아의 위협은 인류에게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는 것과 함께,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소유빈 기자 red2829@naver.com
[참고]
https://naver.me/5chlQy6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