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앨범 역대 최다 판매, 소속사는 웃고 지구는 울고
팔리는 만큼 버려지는 음반들
음악을 듣기 위함이 아닌 음반 소비 지양해야
KPOP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늘어난 만큼 실물 앨범 판매량이 급증하며, 버려지는 앨범 쓰레기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POP 앨범은 2023년 7월 한 달간 1430만 장이 팔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2017년의 연간 앨범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그에 대한 쓰레기의 양도 늘어나고 있다. ESG 경제에 따르면, 최근 6년간 K-POP 앨범이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이전보다 약 14배가량 증가한 801.5톤에 달했다. 앨범은 버려진 후에도 문제가 된다. 앨범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고 있는 비닐은 일명 ‘나쁜 쓰레기’라고 불리는 PVC(폴리염화비닐)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혼합 플라스틱으로 만든 CD 등 앨범에 사용되는 재료는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다.
음반을 감싼 비닐 포장지, CD 케이스 등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적용 대상이다. EPR은 의무적으로 생산자에게 제품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하되, 생산자가 직접 제품을 재활용하기 어려울 경우 제품의 회수와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일부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자료를 보면, 2018부터 2021년까지의 실물 음반 관련 EPR 분담금은 총 1억 538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획사들이 음반 판매로 올린 수백억의 수익에 견주면 하찮은 수준이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실물 앨범 쓰레기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더 이상 앨범을 구매하는 목적이 음악을 듣기 위함이 아님에도 음반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나아가 과잉소비를 유도하는 기획사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대량의 앨범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종이류로 분류하고 있는 앨범 내의 구성품들은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에 적용되지 않고, 플라스틱류에 대한 폐기물 부담금 또한 소속사들이 음반 판매량으로 얻는 수익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앨범 쓰레기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획사에서는 앨범 판매로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K-POP 아이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수들은 새로운 노래를 제작하면 CD와 노래의 콘셉트에 맞게 찍은 여러 장의 사진 및 굿즈가 삽입된 형태의 앨범을 발매한다. 앨범은 한 번의 컴백으로 적게는 한 종류에서 많게는 네다섯 종류의 앨범으로 판매된다. 팬들은 다른 종류의 앨범과 앨범마다 다르게 들어있는 가수의 ‘포토카드’를 소장하기 위해 과잉소비를 하게 된다.
팬 사인회는 가수와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팬들 간 치열한 경쟁을 유발한다. 팬 사인회 응모권은 보통 무작위로 뽑는 것이 아닌 앨범을 많이 구매한 사람부터 줄 세우는 방식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팬 사인회에 참여하고 싶은 팬들은 최대한 많은 앨범을 사야만 한다. 또한 아이돌이 컴백하면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는 쇼케이스가 열리는데, 쇼케이스 또한 앨범 구매자 중에서 랜덤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참여하고 싶으면 마찬가지로 앨범을 대량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과거에는 소장을 위해 하나씩만 구매하던 앨범을 한 사람이 여러 장 구매하기 때문에 실물 앨범 쓰레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케이팝 문화를 위한 노력
유명 아이돌은 한 번 앨범을 발매하면 최소 1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다. 바꿔 말하면 최소 100만 장 이상의 앨범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기획사들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원래의 앨범 크기보다 훨씬 작은 앨범을 만들거나, 종이 사진집 대신 QR코드를 통해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앨범을 만들기도 한다. 재활용 가능 소재와 친환경 잉크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앨범뿐만 아니라 가수의 콘서트에서도 자원 낭비에 대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종이로 된 콘서트 티켓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입장권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케이팝 문화를 위해서는 마케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우원식 의원은 “케이팝이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는 만큼,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환경부도 음반에 분리수거 배출 문구 표기하도록 하고 부과기준을 확실히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유진 수습기자 yjchoi0511@naver.com
심효진 수습기자 adsn03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