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응급실, 불안에 떠는 의료진
임세원법 시행 5년 후에도 만연한 의료진 폭행
의료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법적 처벌 강화 필요
지난해 1월 강릉시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만취한 환자의 보호자가 폭언을 쏟아내며 의료진을 폭행한 일이 벌어졌다. 같은 해 8월에는 제주 서귀포의료원의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한 상습 주취 사범이 구속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료기관 내 발생한 흉기 난동, 방화, 폭행 등 각종 사건이 총 9,62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19년 고(故)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칼에 사망한 후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임세원법’을 제정했지만, 폭행 사건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역시 성명서를 통해 응급의료 현장을 위한 지원과 보호 마련을 촉구했다. 덧붙여 “응급실 폭력은 응급환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이며 “폭력적인 언행은 지역 응급의료 체계를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꺾는 것은 물론, 그들이 지역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들어 결국 심각한 지역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 대부분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감경받기 때문에 여전히 의료진 폭행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회와 검찰은 앞으로 의료인에 대한 폭력 범죄에 특별법을 우선 적용하여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을 적극 배제하고, 재판 단계에서도 중형을 구형하는 등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어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인이 환자와의 관계를 생각해 합의하기도 하고 병원이 지역사회 평판을 이유로 합의를 압박하기도 한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죄 폐지 및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강력한 사후 처벌뿐 아니라 사전 예방 역시 필요하다. 이에 병원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충남대학교병원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호신술 교육을 실시하고 녹음 기능이 탑재된 사원증을 지급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은 관내 경찰서와 협력하여 폭언 및 폭행에 대응하기 위한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백송이 수습기자 zzxg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