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름철 불청객··· 벌레의 습격
최근 러브버그로 인해 북한산 정상이 검게 뒤덮인 사진이 확산되며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던 ‘러브버그’가 올해는 서울 전역에 출몰하면서 시민들이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팅커벨이라고 불리는 ‘동양하루살이’ 또한 대량 출몰하여 많은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 같이 예전엔 적었던 벌레들의 개체 수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이상 기후와 환경 변화를 꼽았다.
벌레 개체 수가 급증하는 이유
기후 변화로 기온, 습도, 강수량 등의 환경 조건이 변화하면서 러브버그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이상 기후로 온도와 습도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러브버그 번식에 최적의 환경인 높은 온도와 습도 조건이 형성돼 러브버그의 개체수가 급증한 것이다.
동양하루살이가 특정지역에만 대량 발생한 이유는 최근 3년간 큰 태풍이 오지 않아 서식지인 한강 유역에 있던 하루살이 유충들이 퍼지지 못하고 한곳에 뭉쳐 밀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수온이 상승하여 성충 시기를 앞당긴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인간의 생태계 개입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도 급증의 이유이다. 야생의 새와 곤충은 생태계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간의 환경 침입은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의 천적인 새와 곤충의 수를 감소시켰으며 벌레들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동양하루살이는 한강 유역에서 대량 발견되는데, 이는 기존 서식지였던 한강 유역에 상권이 발달하면서 밤늦게까지 불을 켜둔 곳이 많아 그 주변으로 동양하루살이가 모이기 때문이다. 김동건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하루살이의 서식지를 침입하고선 원래 그 자리에 살던 하루살이를 혐오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벌레들의 특성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암수가 항상 붙어서 비행하기 때문에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린다.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한다. 러브버그는 식물성 유기물을 먹이로 하여 낙엽이 많이 쌓인 산자락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산과 인접한 서대문구와 은평구에서 자주 목격된다. 러브버그가 사람에게 해롭지 않지만, 사체가 부패하면서 산성을 띠는 내장이 주변 사물을 변색시키고 차량의 페인트를 부식시킨다. 또한 러브버그가 자동차의 라디에이터에 들어가게 되면 엔진이 손상되거나 차량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몸집은 작지만 크고 화려한 반투명 날개를 가져 ‘팅커벨’로도 불리는 동양하루살이는 6~7월에 집중적으로 부화해 활동을 시작한다. 수명은 성충이 된 후 4~5일이며 2급수 이상의 깨끗한 계곡, 강, 하천에 서식하기 때문에 한강 접경 지역인 서울 강동, 송파와 경기 양평, 남양주 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동양하루살이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달려들어 산책로와 같은 곳에서 혐오감과 불쾌감을 준다. 또한 수명이 짧아 밤사이 죽은 사체가 악취를 풍기며 도로 위에 수북하게 깔려 있어 미관을 해치고 인근 주거지나 상가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퇴치법은?
동양하루살이와 러브버그는 떼를 지어 다니는 경향이 있어 대거 출몰하면 공포감과 혐오감을 유발한다. 시민들의 방역 요청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유충서식지인 한강 유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해당하여 살충제 살포가 어렵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의 벌레 퇴치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방충망을 꼼꼼히 설치하고 실내에 들어가기 전에 옷이나 소지품에 붙어 있는 벌레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방충망이나 차량에 다수 붙어 있는 경우에는 물을 뿌리면 쉽게 떨어진다. 이들은 밝은 색과 빛을 좋아하므로 야간에는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노란색 계통의 전등이나 나트륨 전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구강청결제 3스푼과 레몬즙을 섞어 벌레가 들어올 만한 창틀 등에 뿌려주면 기피 효과를 볼 수 있다.
해충이 아닌 익충, 인간과의 공존 필요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는 물지도 않고 병을 옮기지도 않으며 며칠 간 짝짓기만 하다 죽는 무해한 곤충들이다. 또한 동양하루살이는 많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중요한 1차 소비자이기 때문에 개체수를 한 번에 줄이면 생태계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지자체는 곤충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화학적 방제를 시행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치고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지자체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병원성 미생물이나 먹이 등을 활용하는 대안 방법을 찾고 있으며, 곤충과 함께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유빈 수습기자
yoobin4242@naver.com
백송이 수습기자
zzxg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