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호] 김향수 소화기내시경센터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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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96호에서는 자랑스러운 서울여자간호대학교 동문을 소개하는 ‘서간人’ 코너를 기획 연재했다. 김향수 동문(03년 졸업)은 현재 가천대길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에서 재직 중이다.

김향수 동문

멋진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유치원 때부터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항상 간호사가 되겠다고 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종합병원’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병원을 내 직장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간호사가 되는 것에 대해서 적극 찬성해 주셨던 영향도 컸던 것 같습니다.

보람찬 일들이 많았지만 최근에 QI 경진대회에서 1등 했을 때 특히 보람을 느꼈습니다. 간호로 재직하면서 상 받을 일이 많이 없다보니 더욱 의미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QI(quality improvement) 경진대회는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높이기 위해 개선 활동을 계획, 실행한 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입니다. QI라는 간호사 업무 이외의 일을 하면서 업무 외에 추가로 처음 해보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어렵고 귀찮기도 했지만 수상 후에는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병원에서 개최하는 QI, 각종 외부 업무에도 도전하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스트레스 관리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서든 스트레스 요인은 반드시 있습니다. 근무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고 동료, 선임, 환자와의 관계가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잘 관리하지 못해 힘들다고 그만두려고 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는 위, 대장 내시경을 돕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재 대부분 진정 내시경을 하다 보니 마취 업무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진정 내시경이란 약물로 환자를 가수면 상태로 만든 후 시행하는 내시경을 말합니다. 수술실에서는 스크럽과 마취 간호사가 분리돼있지만 내시경센터의 간호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더 집중하여 세밀하게 환자를 봐야 합니다. 위, 대장 내시경 검사 시 필요한 세팅, 기계 준비, 조기 위암, 대장암 절제 시술 시 도구 준비, 진정 업무를 하고 3차 의료기관에서는 대부분 ERCP, Stent 같은 시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할머니 한 분께서 진정으로 위내시경을 받으시고는 “검사 다 한 거야?”라고 물으셨습니다. “네 000님, 검사 다 마치시고 회복 중이세요. 곧 병실로 올라가실 거예요.” 했더니, “기술이 너무 좋아, 이 좋은 기술이 있는데 우리 할배는 왜 돌아가셨대…”라고 읊조리시던 기억이 납니다. 발전한 의료기술을 경험하시고 먼저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문득 나셨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혼자 말씀하시고는 병동으로 올라가면서 수고하라며 손을 흔들어 주셨던 그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진정으로 내시경을 한 후에는 어지럽고 정신 차리기 힘든데도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을 하셨다는 게 인상깊었고 할머니의 그리움이 느껴졌습니다.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합니다. 이 점은 신규 간호사나 내시경센터 근무가 처음인 간호사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검사 준비, 진정 약물 주입, 검사 후 처치 재료 입력, 보호자 환자에게 검사 후 설명 등을 해내야 합니다. 또한 각기 다른 소화기내과 의사선생님들의 특징에 맞게 세팅을 해야 하는 것도 검사실 간호사의 역할 중에 하나입니다.

내시경실 간호사의 가장 큰 장점은 교대 근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본인의 업무를 마치면 인계할 것이 없기 때문에 다음날 새로운 검사만 준비하면 됩니다. 또한 검사실이기 때문에 상근 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콜 당직 제도가 한 달에 2~3일 정도 있어 응급실에 내시경검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으면 당직 간호사 선생님이 당직의사와 함께 새벽이라도 나와서 내시경을 시행합니다. 하지만 연차가 낮은 간호사에게 당직을 많이 시키지 않습니다. 당직업무가 가능한 간호사부터 주임간호사 모두 함께 똑같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병동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근무시간 동안은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진정 내시경 중 언제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모니터를 하면서 동시에 시술에도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검사실이다 보니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의 마무리와 적절하고 융통성 있는 대처능력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나 천천히 업무를 해결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내시경센터 업무와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감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내시경 검사가 대중화가 되면서 내시경의 소독과 세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내시경 간호사의 전문성과 의료의 질 향상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내시경센터의 간호사 선생님들은 대한 소화기 내시경 간호학회를 통해서 활발한 학술대회나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내시경센터의 간호사가 되면 지속적인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와도 교류하는 내시경센터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현주 기자 okiazy75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