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호] 출생통보제 법제화, ‘유령 아동’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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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 법제화, ‘유령 아동’ 사라질까···

이다정 간호사의 감사 제보… 국회 본회의 통과, 의료기관 출생신고 의무화
국민 87.4% 찬성 “아동 권리 보호” VS 의료계 반발 “행정부담”

사진 출처: 세계일보

최근 친모가 출산 하루 뒤 두 아이를 살해한 후 5년간 냉장고에 시신을 은닉해 논란이 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을 비롯해 울산, 대전 등 전국 곳곳에서 영아 유기·살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건 피해자인 영아들의 공통점은 병원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존재를 세상 밖으로 알리고자 노력한 사람은 바로 보육원에서 근무하는 20년 차 이다정 간호사였다. 그는 B형간염 접종 기록을 통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B형간염 예방 접종을 필수적으로 맞게 되는데, 이는 방역 사업이므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접종 기록을 보관한다. 예방 접종기록이 엄마 이름으로 등록되었다가 출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번호로 이관이 된다. 하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엄마 이름으로 접종 기록이 남아있게 된다. 이 기록은 방역자료이기 때문에 폐기할 수가 없으므로 주민등록번호 미이관 사례들을 조사하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다정 간호사의 감사 제보와 세 차례에 걸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감사가 시작되었는데,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지난 8년 사이 ‘유령 아동’ 수를 2천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가 미신고 아동 2천여 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게 되면서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의료기관 생통보제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영유아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확인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장의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하는 제도이다.

법적으로 부모는 출생 한 달 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과태료 5만 원 외에는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유령 아동’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령 아동’은 학대·영아 매매와 같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초·중·고 교육과 필수 예방접종 같은 기본적인 의료복지 서비스조차 제공받을 수 없다. 이와 반대로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허위로 출생신고 해 정부 지원금 등 부당한 이득을 취한 ‘가짜 부모’ 역시 해마다 적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6월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7.4%가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을 찬성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진에게 행정적 부담이 가중된다며 입법에 반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심평원 전산정보시스템에 출생기록을 직접 입력하면, 심평원이 각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의료진의 행정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의 도입은 아이들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막아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동의 출생등록권리 보장과 보건·의료·교육 등 아동 권리 보호, 아동학대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송이 수습기자
zzxg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