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을 자극하는 연애·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구조
현재 수많은 연애·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특히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탈락 여부를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이,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좋아하는 상대가 겹치거나 갈등이 발생하는 순간이 반복된다. “남의 연애가 제일 재미있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울고 웃게 만드는 연애 프로그램의 몰입 구조
연애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콘셉트를 통해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모여 재회와 새로운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환승연애’, 연애 경험은 없지만 연애를 꿈꾸는 이들이 모인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결혼 경험이 있는 출연자들의 관계를 다루는 ‘돌싱글즈’, 남매가 함께 출연하는 ‘연애남매’, 사랑 혹은 돈이라는 출연진들의 선택을 추리할 수 있는 ‘러브캐처’, 성소수자들이 등장하는 연애 프로그램까지 그 형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설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프로그램 자체만으로도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에는 시청자의 공감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출연진의 발언과 행동, 관계의 변화 속에서 시청자는 자신과 동일시하며 울고 웃는다. 이는 출연자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을 투영하는 과정이다. 결국 최종 선택이 어떻게 내려질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프로그램을 끝까지 시청하게 되는 심리가 작동한다.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연애 프로그램이 갈린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 조사에서는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연애 프로그램으로 환승연애, 30대에서는 나는 솔로를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연자의 연령과 상황 등을 통해 시청자가 자신을 투영하며 몰입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중년층 출연자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젊은 층보다 오히려 중년층 시청자의 공감을 더 강하게 이끌어내는 경우도 있다.
경쟁의 서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확장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장르의 폭이 넓다. 음악, 요리, 댄스, 메이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2009년부터 시작된 ‘슈퍼스타K’를 비롯해 래퍼들이 출연하는 ‘쇼미더머니’, 101명의 연습생이 데뷔를 놓고 경쟁하는 ‘프로듀스101’, 댄서들이 크루로 모여 실력을 겨루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흑과 백으로 나뉜 요리사들이 경쟁하는 ‘흑백요리사’,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강철부대’ 등은 시즌을 거듭하며 큰 인기를 얻어 왔다. 이러한 프로그램 속에서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응원하는 참가자를 선택하게 되고, 투표와 시청을 통해 그들의 생존과 탈락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특히 열악한 환경을 딛고 도전하는 참가자나, 타 참가자들과는 다른 서사를 지닌 인물들은 시청자에게 더욱 강한 응원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우승자나 데뷔조뿐 아니라 탈락한 이들까지 함께 응원하는 ‘팬덤’이 형성되는 것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쇼미더머니 콘서트나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진이 참여하는 전국 투어 공연은 이러한 팬덤 문화가 프로그램을 넘어 확장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과도한 몰입이 낳은 그림자
그러나 이러한 인기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특정 출연자를 ‘빌런’으로 소비하게 하는, 이른바 ‘악마의 편집’은 과도한 몰입을 유도하며, 일반인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이나 사생활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화면 속 연애와 실제 연애 사이의 괴리감이 커질 수 있으며, 출연자의 개인적 아픔이나 인생 서사가 방송사의 서사 장치로 수단화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애·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는 현시대에 나타난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사랑과 경쟁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러한 콘텐츠를 단순한 즐거움과 몰입의 대상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한계를 함께 성찰하며 소비할 때 비로소 성숙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채현 수습기자 kchchbb@naver.com
[참고]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240503.99099000850
http://www.dailypop.kr/news/articleView.html?idxno=85703
http://www.gokmu.com/news/article.html?no=11827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401290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