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호] 남성 경구 피임약 개발, 피임의 패러다임 바뀔까

기존 피임 방식과 그 한계
현재까지 피임의 책임 주체는 주로 여성에게 집중됐다. 여성의 몸에서 수정란이 착상되고 아이가 자라며, 여성이 취할 수 있는 피임 방식이 더 다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0가지 정도의 피임법이 개발됐지만, 남성이 할 수 있는 피임 방식은 콘돔 사용과 정관 수술 정도이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콘돔 사용 방법에 따른 실수와 콘돔 자체의 불량으로 인한 피임 실패율이 10%로 콘돔을 완전한 피임 방법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관 수술은 정자를 운반하는 관을 묶거나 절단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수술에 대한 심리적 부담 등의 이유로 선호되지 않는다.

출처: 헤럴드경제​

피임약 개발 현황과 연구 결과
현재 각국에서 남성용 경구 피임약에 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4년, 인도네시아의 아이링가 대학 밤방 프라조고 박사는 30년의 연구 끝에 관목의 일종인 젠다루사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알약 형태의 남성 피임약을 개발했다. 프라조고 박사는 임상 시험을 통해 350명 중 99.96%의 대상자에게 피임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후 2025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연구진이 남성용 먹는 피임약 후보 물질 ‘YCT-529’를 개발했다. 이 약은 동물 실험에서 99%에 달하는 피임 효과를 보였으며, 복용을 중단하면 생식 기능이 회복되는 것이 확인됐다. 기존 여성 피임약과 달리 남성 생식에 필수적인 단백질인 RAR-α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정자 형성을 막는 비(非)호르몬 방식으로 호르몬 변화 없이 작용한다. 연구진은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다고 밝혔으며, 상용화될 경우 남성 피임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다만, 약 복용 후 피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정자 수 감소까지 몇 주가 걸리고, 약을 중단한 뒤 생식 기능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피임”보다는 “장기적인 피임 계획의 한 옵션”으로 여겨진다.

남성 경구 피임약 개발의 사회적 의의
남성 경구 피임약 개발은 단순한 의약품 개발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동안 피임의 책임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문제 의식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남성 경구 피임약이 도입된다면 남성도 적극적으로 피임에 참여해 여성의 건강 부담을 줄이고, 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피임은 여성의 책임이라는 오랜 고정관념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 경구 피임약 개발은 단순한 의학적 발전 이상의 젠더 평등을 실천하는 문화적 전환이다.

전세영 수습기자 sophia_0324@naver.com

[참고]
https://biz.heraldcorp.com/article/3062997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7715648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67705.html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5112802373&utm_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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