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간호법에 거부권 행사
“직역 간 갈등⋅국민 건강 불안 초래”
19일, 간호사들 광화문서 대규모 규탄 총궐기대회 개최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간호법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라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에 대한 국가의 책무 등을 규정하는 법이다. 간호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5년 주기의 간호종합계획 수립, 3년 주기의 실태조사, 환자 안전을 위해 적정 간호사 수 확보와 배치, 처우개선 기본지침 제정과 재원 확보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 조사, 교육의무 부과가 있다. 이 법안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도모해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이 의결되자 간호법에 반발해온 의사⋅간호조무사를 포함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17일 예고했던 연대 총파업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이 시행된다면 간호사들이 병의원을 떠나 지역사회 돌봄 사업에 참여하면서 의사의 지도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들은 경영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간호사보다 규모나 영향력 등에서 약소한 직역들은 자신들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걱정하며 직역 간 갈등과 반발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오히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이에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연가 투쟁 등 부분 파업을 진행했고 17일 강도 높은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17일 간호사 업무 외 불법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간협은 각 의료기관에 거부해야 할 업무지시 리스트를 배포하고 불법 의료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불법 진료센터를 구축했다. 센터가 열린 18일에는 신고 폭주로 약 1시간 30분 만에 서버가 마비됐다.
또한 간호사들은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규탄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당초 대한간호협회의 예상보다 7만 명 많은 약 10만 명의 현직 간호사와 간호학과 학생이 참석했다. 광화문을 가득 채운 10만 명의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은 간호법 거짓 주장과 선동에 나선 국민의 힘과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즉각 간호법 제정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은 “국민의 힘과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반대단체들의 일방적 주장만을 수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의료계 갈등을 부추겼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했다”라며 “총선기획단을 조직해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한 부패정치인과 관료들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안은 다시 국회로 보내졌다. 법안을 국회에서 재의결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야 하며 출석 인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양지혜 기자
naeileen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