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소통의 순간
홍지윤 학생 간호사의 따뜻한 마음으로 이어진 이야기
지난해 가을, 간호 실습 중이던 서울여자간호대학교 3학년 홍지윤 학우는 병원 병실에 종일 누워만 있던 80대 할머니 환자에게 다가갔다. 할머니는 아파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을 못 하는 환자였다. 손짓과 발짓을 사용하지만,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해 손으로 가슴을 탕탕치는 일이 많았다. 홍지윤 학우는 할머니를 볼 때마다 그 부분이 신경 쓰였다.
할머니에게는 자신의 마음이나 감정을 표현하곤 했던 노란 노트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유독 ‘힘들다’는 말이 많았다. 이에 속상했던 홍지윤 학우는 노트에 적어 건네기 시작했다.
‘누가 제일 보고싶으세요?’
‘큰아들, 잘생겼어’
‘집에 가면 식사 잘하실 거죠?’
‘누가 밥을 해줄 사람이 있어야지’
글로 대화를 하면서 점점 할머니 얼굴은 무표정에서 웃음이 가득한 얼굴이 되어갔다.
공책에 글을 써서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초반에는 좀 서툴고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졌다.”라며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특별했다고 전했다.
또한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공책에 적을 때마다 고요한 침묵이 오갔는데 그 순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글을 보면 홍지윤 학우의 따뜻한 마음이 잘 느껴진다. ‘웃으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고 예쁘세요. 퇴원 잘 하셔서 나들이 많이 가고 꽃구경도 많이 다니세요. 그동안 예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등. 지치고 힘든 할머니에게 공감하며 힘이 되어드렸다.
홍지윤 학우는 위의 할머니 환자뿐 아니라 다른 할머니 환자, 또래 환자들에게도 따뜻함을 건넸다. 병원에서 투석실로 이동할 때마다 바깥을 바라보는 다른 할머니 환자의 모습을 보고 나서는 휠체어를 밀어드리며 통창 앞에서 햇볕을 같이 쬐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울고 있던 또래 여성 환자에게는 매일 찾아가며 이야기를 건넸다.
홍지윤 학우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며 존엄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랜 병원 생활을 한 환자들은 자기 스스로를 자주 부정하는데, 그런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신유라 기자 yura1221@naver.com
[참고]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2291541383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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