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전쟁 中 발생한 의료체계 붕괴
한계에 도달한 가자지구 의료체계
끝없는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하 이·팔 전쟁)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해 온 아랍인과 민족국가 건설을 추진해 온 유대인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시작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가속화되면서 현지 의료체계가 점차 붕괴하고 있다. 수많은 부상자와 피난민이 쏠린 가자지구 병원들은 물과 연료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의료 공급품마저 바닥난 상황이다. 이에 가자지구 병원의 환자들은 마취제 없이 수술받거나, 소독제 대신 식초를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부족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하여 수술하고 있다. 또한, 물 부족으로 인해 소독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의료진은 수술용 장갑과 장비까지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WHO의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유일한 보급 통로가 차단돼 연료와 구급 의료품들의 지원이 끊겼고, 이스라엘의 계속된 공격으로 의료시설 34곳이 파괴되면서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의료시설 공격으로 인해 의료진 55명이 임무 도중 숨지고 16명이 상처를 입기도 했다.
지난 11월 14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가자시티와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병원 중 1곳을 제외한 모든 병원이 전력, 의료품, 산소, 식량, 물 부족과 인근 폭격으로 13일 기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이에 의료 시스템이 붕괴한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는 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료 고갈로 인큐베이터 가동이 중단돼 아기를 담요로 감싸주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또한 젖을 주기 위해 필요한 물조차 없어서 신생아들이 태어나더라도 좋지 못한 예후를 맞이한다.
가자지구 의료 인력에 도움을 주고 있는 소아과 의사 타니아 하즈-하산은 “수많은 피난민이 병원으로 피신한 터라 수백 명이 복도에서 생활하며 1개의 화장실을 나눠 쓰고 있어 위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방 구호단체 회원인 소아신경외과 의사 오마르 압델-만난은 “수두 같은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고,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질병이 유행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가자지구의 의료체계 붕괴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현재 가자지구의 의료체계가 붕괴하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의료진이 힘을 모아 협력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식량, 연료, 물을 포함한 인도적 차원의 제공과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가영 수습기자 rkdudmn@nave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