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형병원서 키오스크 줄줄이 도입, 표준화 및 노인 사용성 고려한 제작 필요

코로나19 이후 효율성 향상과 인력 절감 등의 이유로 키오스크 도입과 사용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노인과 같은 ‘디지털 약자’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종합병원 외래 접수창구의 65% 이상이 무인 기기로 대체됐으며, 65세 이상 고령층의 42%가 “사용이 어렵다”는 불편을 호소했다. 특히 작은 화면과 복잡한 메뉴 구성은 고령층에게 더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70대 박모 씨는 진료 접수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20분 넘게 대기해야 했다.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접수했지만, “병원 올 때마다 기계 앞에서 진땀을 뺀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이처럼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디지털 도우미’를 배치하거나 고령층 전용 창구 등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병원마다 지원책이 제각각이라 지속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화면 글씨 확대, 음성 안내, 간편 모드 추가 등 키오스크 자체의 개선과 함께 제도적으로 최소한의 대면 창구를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허준수 교수는 “병원마다 사용하는 키오스크가 다르고 업체별로 사용 방법이 달라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더 어렵다”며 “키오스크 사용법을 표준화하고 어르신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의료 현장의 디지털 혁신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게 돼서는 안 된다. 누구나 차별 없이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정연 수습기자 ijeongyeon041@gmail.com
[참고]
https://www.medipana.com/article/view.php?news_idx=241593
https://www.consumer.go.kr/user/ftc/consumer/cnsmrBBS/740/selectInfoCDMGCSLCDetail.do?cntntsId=00000347&infoId=A1079491&utm_sou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