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호] 고령 여성의 성 건강 사각지대를 조명하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노년 여성의 성 건강

출처: 농민신문

“노인의 성은 부끄럽고 감춰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다. 그러나 긴 노년을 살아가는 고령 여성들에게 성 건강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갱년기를 지나 완경(폐경) 이후에도 여성의 삶은 이어지지만, 고령 여성의 ‘성(性) 건강’은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된다.

국내 여성의 평균 기대 수명은 2025년 기준 87.3세로 남성보다 5.7년 길며, 2070년에는 90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며 노년기 삶의 질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고령 여성의 성 건강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무른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나이가 들면 성적 욕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거나, 노인의 성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감춰야 한다고 여긴다. 또한 노인 스스로도 성과 관련된 문제를 직접적으로 터놓기 어렵게 생각하여 배우자나 의료진과의 대화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분위기는 잘못된 인식을 더욱 고착화시키고, 더 나아가 성 건강에 대한 정보 부족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의 성 문제 대부분이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부족한 지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완경 이후 여성들은 호르몬 변화로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에스트로겐 감소는 질 건조증, 성교통, 질 위축 등으로 이어져 성생활의 어려움을 만들며, 배뇨·수면·감정 장애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대한폐경학회 조사에 따르면, 완경 이후 50~60대 여성의 44.3%가 생식기 이상 증상을 경험했으나,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여성은 4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 관련 문제로 병원을 찾는 여성의 연령대는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상담 과정은 질환 치료 중심에 치우쳐 있어 심리적·정서적 지원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해 노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완경 이후의 신체적 변화는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언젠가 모든 여성이 겪을 수 있는 과정이다. 따라서 노인의 성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정상적인 삶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성교육 또한 청소년에 국한하지 않고, 고령층 대상으로도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경로당·복지관·요양원 등에서 성 상담 및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올바른 성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진 역시 노인의 성 문제를 질환 치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심리적 지원을 병행하며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고령 여성의 성 건강은 현재도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영역이다.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나이 탓’으로 묻히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노년 여성 스스로도 건강한 성생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김채현 수습기자 kchchbb@naver.com

[참고]
https://kosis.kr/visual/populationKorea/PopulationDashBoardDetail.do?statJipyoId=3774&vStatJipyoId=6246&listId=A_02&areaId=&areaNm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15239
https://www.medifonews.com/news/article.html?no=187710
https://kormedi.com/1641272/
https://newtreemall.co.kr/article/%EB%89%B4%ED%8A%B8%EB%A6%AC%EB%A7%A4%EA%B1%B0%EC%A7%84/12/601/
https://www.ajunews.com/view/20160412164329518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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