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호] “한 번 처방으로 여러 번 약을?” 반복 처방 제도와 리필 약국

미국은 리필 약국정착한국은 반복 처방전 제도 기반 마련 중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리필 약국’이라는 명칭은 생소하다. 하지만 2016년 도입된 ‘반복 처방(리필 처방전)’ 제도를 통해 만성질환 환자를 중심으로 동일 처방 약을 여러 번 받을 수 있는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약국의 역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처방전 리필 제도를 시행해 왔으며, 이 제도를 통해 약국은 단순조제기관이 아닌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반복 처방전 제도는 의사가 일정 기간 동안 동일한 약을 반복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주요 대상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이며, 의료기관을 재방문하지 않고도 약국에서 정해진 횟수만큼 약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방문을 줄여 진료비 절감 효과도 크다. 특히 병원을 방문해 단순히 처방전을 받을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전체 의료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불필요한 지출 감소 효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의약품 안전관리와 복약 순응도 향상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나타난 한계도 뚜렷하다. 한국은 아직 미국처럼 ‘리필 약국’이라는 명확한 시스템이나 전국적 통합 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약국 간 조제 이력이 공유되지 않아 환자가 다른 약국에서 반복 조제를 받을 때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반복 조제가 가능한 질환군과 횟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해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어도비스톡

미국의 리필 제도는 더 체계적이다. 의사가 처방전에 리필 가능 횟수를 명시하면, 환자는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정해진 횟수만큼 약을 받아 가는 리필 제도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주요 약국 체인들은 자체 전산 시스템을 통해 환자 복약 이력을 관리하고, 리필 시점이 다가오면 문자나 앱 알림을 제공한다.

특히 미국 약국은 단순 조제 외에도 ▲약물 복용 상담 ▲백신 접종 ▲만성질환 모니터링 ▲건강검진 예약 등 1차 건강관리 허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약사는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점검하고, 약물 부작용이나 약물 상호작용이 의심될 경우 의사에게 연락을 취해 조치를 취한다.

한국의 반복 처방전 제도는 미국처럼 환자 편의성과 의료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출발했지만, 약국 간 정보 연계 부재와 약사의 권한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 처방전 제도가 ‘이름뿐인 제도’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약국 전산망 통합, 복약 이력 실시간 공유, 약사의 건강관리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건의료 정책이 병원 중심에서 ‘지역·약국’ 중심으로 확대되는 시점에서, 한국 역시 제도의 실질적 정비가 요구된다. 약국이 단순 조제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1차 의료 거점이 되기 위해선, 환자·약사·의사 간 역할 재정립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간호사는 리필 제도와 환자 안전 사이에서 통합적 역할을 고민하고, 전문적인 관리와 협력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전세영 수습기자 sophia_0324@naver.com

[참고]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45176.html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1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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