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문화인가?
마약부터 성범죄까지 노출되는 10대들의 사이버 세상
랜덤채팅이란 채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무작위로 지정된 채팅 상대와 대화하는 시스템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랜덤 채팅을 통해 마약을 구하는 청소년들
4월 2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판매한 마약사범들을 대거 적발하여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마약을 구매한 미성년자들은 SNS나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마약사범을 통해 마약을 수시로 접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 사범 검거율이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4년 만에 3배가 넘게 급증했다. SNS를 이용한 마약 공급 통로가 다양해지고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10대 청소년들에게 마약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랜덤채팅 성범죄
2019년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을 대상으로 사이버 성범죄를 일으킨 ‘N번방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사건은 메신저 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유인한 뒤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성 착취 사건이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10대였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유인한 뒤 신체 촬영 등을 요구하는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19세 이상의 사람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대상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반복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 시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법안의 마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랜덤채팅을 통한 사이버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4월 7일,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사주겠다고 접근하여 이들과 성관계를 맺은 영상을 판매한 남성 3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모바일 채팅 웹이나 애플리케이션 접속 시 성매매 경고 문구를 3초 이상 게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기존의 성매매 경고 문구 게시 대상은 성인화상채팅 및 애인대행사이트와 같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사이트였다. 하지만 이번 법률 개정으로 모바일 웹과 애플리케이션으로 확대되어 적용된다. 성매매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범죄 예방을 위해 발의된 이 법안은 올해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청소년 대상 마약률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청소년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채팅 문화를 위해 정부의 대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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