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장기를 활용한 체외 순환 장치, 이식까지의 시간을 벌다

중국의 한 병원에서 만성 B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 손상이 겹친 환자가 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는 위기를 겪었다. 담당 의사였던 왕린 박사는 환자 몸에 돼지 간을 기반으로 한 체외 순환 장치를 연결하는 시술을 시행했고, 환자는 사흘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후 실제 장기 이식까지 마친 환자는, 유전자 조작 돼지 장기를 이용해 체외 순환 장치로 생명을 연장한 첫 사례가 되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심각한 장기 부족 시대에 이종 장기 기술이 왜 다시 주목받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물론 돼지 장기가 그대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체외 순환 장치에 사용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 기술로 조작한 돼지 간을 사용한다. 이런 방식은 동물 장기를 인체에 직접 이식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훨씬 낮고, 장기 기능만 ‘대여’하는 구조라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돼지를 선택한 이유도 명확하다. 돼지는 사람과 생리적 기능이 비슷하고, 기계 회로에 연결했을 때 장기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해독·여과 같은 대사 기능을 꾸준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동 원리도 단순하다.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 온도, 압력 등을 조절한 뒤, 돼지 간이 연결된 회로로 통과시킨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가 조작된 돼지 간이 독성 물질 해독과 대사 기능을 대신 수행한다. 이후 정리된 혈액이 다시 환자에게 돌아가면서, 환자는 기증 장기가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장기 이식 대기자 중 상당수는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목숨을 잃는다. 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하루 평균 8명의 환자가 이식을 기다리던 도중 숨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이식 자체’보다 이식까지 ‘살아남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돼지 장기를 이용한 체외 순환 장치는 장기 이식 대기자에게 이식까지 가는 길을 이어주는 ‘생명선’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장기 부족 시대에 이 기술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고명서 기자 minhey0428@naver.com
[참고]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6/03/19/TLUFLCHMXVHFRENRJ6W35V54HA/
https://www.mbn.co.kr/news/society/5179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