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된 사회, 닫힌 교육 — 가정과 학교가 놓친 성교육의 공백

성(性)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개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련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쉬워졌다. 최근에는 남성 피임약 연구와 정관 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피임의 책임이 여성 중심에서 남성으로까지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올바른 성 지식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성교육의 핵심은 ‘어디서, 어떻게 배우는가’에 있다. 학교 성교육은 여전히 형식적인 수준인 경우가 많고, 가정 내에서는 성에 대한 대화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청년들은 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지 못한 채 인터넷이나 주변 환경에 의존해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로는 검증되지 않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음지의 정보’에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 청소년들은 이를 통해 왜곡된 성 인식을 형성할 위험이 있으며, 실제 관계 속에서도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김여진 피해지원국장은 인터넷을 통해 성 정보를 접하는 과정은 왜곡되거나 폭력적인 내용을 접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데이트폭력과 같은 여성 대상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정 내 성교육의 부재는 중요한 문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녀 성교육 실시 비율은 어머니가 50.0%, 아버지는 34.3%에 그쳤으며, 성에 대한 의사소통에서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 역시 아버지(43.3%)와 어머니(21.4%) 모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전반적으로 가정 내 성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부모가 성교육 정보를 얻는 경로가 미디어와 지인에게 편중되어 있어, 부모 세대 역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세대를 거쳐 반복된다. 한 학부모 A 씨는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MT에서 남녀가 한 방에 있는 것을 보고 여학우들이 임신할까 봐 무서웠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성에 대한 정보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다”며 “그 경험을 통해 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가정 내 성교육의 공백이 어떤 혼란을 낳는지를 분명히 보여 준다.
이에 더해 성교육의 실효성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 중 66.7%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22.9%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성교육’이다. 현재 성교육은 시청각 자료와 강의 중심으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교육 방식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 태도 변화를 위해서는 강의식 교육보다 역할극이나 토론 등 참여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교육은 생물학적 지식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되며, 남성과 여성의 신체 이해부터 피임, 성관계, 임신과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주제가 아닌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삶의 일부로 인식하는 태도다.
성에 대한 인식은 분명 변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과 사회가 그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왜곡된 지식과 잘못된 이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침묵을 깨고, 제대로 가르칠 때다.
김채현 기자 kchchbb@naver.com
[참고]
https://www.medisobiz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281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190419_0000626440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384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