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앞에서 멈춘 골든타임, 이송 이후가 더 문제다

최근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대기시간 증가와 진료 지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119 구급차는 평균 33분 만에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이송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병원 도착 이후의 상황은 다르다.
병원 내에서는 전문의 부족과 병상 부족으로 인해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한 해 동안 응급실 수용 곤란 사례는 약 11만 건에 달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구급차가 환자를 태운 채 병원을 찾지 못해 재이송을 반복한 사례가 5,657건이었다. 2023년 4,227건에서 1년 새 약 34%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22년 말부터 응급환자 수용 거부를 금지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동희법)’ 시행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현장의 혼란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고열로 경련을 일으킨 18개월 영아가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일이 발생했다. 첫 병원을 포함해 여섯 곳에서 수용이 거부되었고, 결국 3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 끝에야 입원할 수 있었다. 보호자는 “눈앞에서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는데 병원마다 거절하는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최종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료 인력과 병상의 부족이다. 구급차를 통해 신속하게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수술을 담당할 전문의가 없거나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해 다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치료의 골든타임이 지연되면 환자의 생존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한국의 ‘적정 시간 내 최종 치료 기관 도착률’은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부터 광역 응급의료 상황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환자의 중증도를 더욱 정밀하게 분류할 수 있도록 ‘병원 전 중증도 분류 체계(Pre-KTAS)’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시간 경과에 따라 병원을 단계적으로 확대 선정하는 ‘3단계 병원 선정 구조’를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병원 선정이 지연될 경우 인접 지역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광역 상황실이 직접 병원을 지정해 ‘우선수용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한다. 이는 일단 가까운 병원에서 초기 처치를 시행한 뒤 필요시 최종 치료 기관으로 전원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전문의 확보 기준 강화 등 근본적인 의료 역량 확충 정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응급실 과밀화 문제는 의료 인력과 자원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대책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의료 체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진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응급실은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인 만큼, 이송에서 최종 치료까지 바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 이상 환자가 치료를 기다리다 위험에 처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속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이정연 기자 qweyiodhh@naver.com
[참고]
https://naver.me/xONsm7QZ
https://naver.me/5NeOu2Mg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578
https://www.youthdaily.co.kr/news/article.html?no=213628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1652